June 7, 2022

“두 분의 얼굴, 저도 기억해요”  

Hyo-Jun Kim

7년 만에 개최되는 세인트루이스 대총회 등록 현장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참가자들에게 지급하는 명찰 목걸이와 백팩에 ‘2020 인디애나폴리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대총회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두었던 물품을 이제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누군가 귀띔해 주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실현되지 못한 2년 전의 일들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아는 어느 청년은 2020년 인디애나폴리스 총회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기로 되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총회가 연기되면서 그는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비단 그 청년뿐 아니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어쩌면 있었을지 모를 수많은 감격적인 장면과 역사적인 순간들 또한 모두 신기루가 되어 날아갔다.
세인트루이스 대총회 총회 첫날인 6월 6일 오전에는 교회를 위해 헌신하다가 지난 7년 사이에 삶을 마감한 이들을 추모하며 또 특별히 병마와 싸우다가 재림의 소망을 안고 잠든 이들을 추모하며 잠시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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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황에서 지급받은 참가자 물품에 새하얀 글씨로 적혀 있는 ‘2020 인디애나폴리스’가 필자의 눈에는 경제성만 고려한 결과물 그 이상으로 해석되었다. 그 글귀는 지난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지 말자는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사실 그 글귀는 지금 겪는 상황이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무언의 신호처럼 여겨졌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을 알라”(눅 21:31)고 예수님이 경고하셨을 때의 “이런 일”과 ‘2020 인디애나폴리스’가 서로 무관하지 않게 보였다.

마스크와 파워팩

백팩 안에는 검정 마스크 두 장, 흰색 마스크 두 장과 보조 전원 배터리도 선물로 들어 있었다. 마스크는 코로나로 바뀐 새로운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충전용 보조 배터리는 대총회 총회가 진행되는 아메리카 돔 같은 장소에서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때 꼭 필요한 물건이다.
세인트루이스 대총회에서는 대표자 각자에게 부여된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접속해 클릭으로 찬반을 결정하는 전자 투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국가의 규제나 개인 사정으로 현장에 직접 오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총회에 참여하는 대표들을 위해서도 전자 투표는 불가피한 선택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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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에 총회 현장인 아메리카센터 돔의 주경기장은 예년에 비해 한산했다. 엑스포 부스 역시 온라인으로 개최되고 있어서 예전 같으면 참관인들로 북적거렸을 관람석 스탠드와 행사장 주변이 대체로 차분하다. 그 대신 총회 대표 수백 명이 온라인으로 총회에 참가 중이며 현재 약 4만 명이 총회 생중계를 유튜브로 지켜보고 있다.
요컨대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에도 재림교회라는 세계적인 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운동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결코 변함이 없는 분의 약속을 믿고 명심하는 이들이 성령의 예언을 따라 진행하고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7년 전 샌안토니오에서

대총회에 참가자들에게 교통비와 식비조로 대주는 일일 경비를 받으러 영수증을 들고 편집국장과 함께 재무 부스에 갔더니 낯익은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7년 전 샌안토니오 대총회 때 우리에게 지폐와 동전을 찬찬히 세어 가며 경비를 지급해 주던 젊은 남자였다. 대니얼이라는 그 친구는 이번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서로 구면인 것 같다고 말을 건넸더니 대니얼이 대답했다.
“두 분의 얼굴,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심지어 우리 일행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정말이요? 와! 기억력 대단하시네요?” 적막감을 깨고 우리는 서로 반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기억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일깨워 준다. 기억이 없이는 개인의 정체성도 없다. 6월 6일 저녁에 대총회장으로 재신임된 테드 윌슨 목사는 수락 연설에서 “마음이 숙연해지는 경험”이라고 선출 소감을 전했다. 2015년 샌안토니오 대총회에서 재임된 이후의 인터뷰에서도 윌슨 목사는 비슷하게 소감을 전했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의 심경은 7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소중한 사람, 귀중한 경험, 떨리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기쁜 일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울수록 이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엘렌 화잇이 말했듯이 “주님께서 우리를 인도해오신 길과 우리의 과거 역사를 통하여 주신 그분의 가르침을 잊어버리는 것 외에는 미래에 대하여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Ellen G. White, Life Sketches of Ellen G. White, p.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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